2011. 11. 8.

도스 시절 게임 『킹콩(Rampage)』



도스 시절 게임 『킹콩(Rampage)』



  게임을 복사한 가게에서 디스켓에 써준대로 "킹콩"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추억에서 가장 뚜렷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게임이다. 대체 왜 이 게임 이름이 "킹콩"인 것을 당연히 여겼는지 좀 의아한데, 그 시절에 나는 킹콩 영화를 본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세 마리의 거대 괴수 캐릭터가 주인공인데, 나는 주로 늑대인간(?)을 선택했다. 늑대인간을 선택한 이유는 키보드 오른편의 숫자키로 수월하게 조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보니 조지(George), 리지(Lizzie), 랄프(Ralph)라는, 저마다 정확한 이름이 있었던 모양이다. 소싯적에는 그저 보이는대로 그럴듯하게 킹콩, 공룡, 늑대라고 불렀다.


  이 게임의 방법은 간단하다. 건물에 기어 올라가 건물을 주먹질로 부수어서 붕괴시키면 된다. 화면상의 모든 건물들을 부수어 붕괴시키면,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고 또 부수면 된다.



  물론 괴수들이 도시 사업을 벌이는 것을 주변이 그냥 방관하지는 않는다. 건물에서 병사들이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며 저항하고, 헬기가 기관총으로 공격한다. 물론 공격을 받을 때마다 괴수들의 데미지가 증가한다.




  그리고 병사들은 괴수의 식사거리이기도 하다. 건물에서 몸을 내밀고 있는 병사들을 노리고 정확하게 주먹질을 하면 잡아먹을 수 있으며, 데미지 상태가 완화된다.




  물론 주먹질로 헬기도 잡을 수 있다. 이 게임은 주먹질이 닿기만 한다면야 등장하는 모든 것을 파괴하거나 먹을 수 있다. 심지어 괴수들끼리 서로 공격도 가능하다. 그래서 램페이지인가 보다.




  이 게임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아이템은 전철과 전차였다. 전철의 경우는 괴수들이 화면의 양쪽 편에서 번갈아 공격해야 파괴할 수 있었다. 한편 전차는 가장 무서운 적이었는데, 그 주포의 탄환에 맞기만 하면 상당한 데미지와 함께 잠시 동안 조작 불능 상태에 빠졌다. 그래서 전차가 등장하면 건물 위에서 전차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곤 했다.

  데미지가 완전히 차면, 괴수는 괴이한 효과음과 함께 조그맣게 줄어들어 화면 끝을 향해 걸어나간다. 대체 이게 뭔 조화인가 싶은데, 원래 사람이었던가 싶기도 하고 지금도 의문이다.

  또 다른 의문은, 대체 이 게임의 엔딩이 무엇인가이다. 지금이야 이 게임을 계속할만한 인내심과 내공도 없지만, 소싯적에 나름 오랫동안 게임을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엔딩을 보지 못했다. 건물들과 아이템들을 계속 조합해서 스테이지를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배경과 엔딩은 알 수 없었지만, 파괴의 쾌감 하나는 확실했다. 건물에 강타를 가할 때의 찢어지는듯한 효과음, 폭발 섬광과 흩날리는 파편, 사람 잡아먹는 소소한 재미 등, 말그대로 말초신경 자극의 재미에 충실한 폭력 게임이었다. 지금 다시 해보니 부수는 맛은 여전한데, 게임의 끝이 뭔지 몰라 막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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