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15.

『독일 제3제국의 비극』을 읽고



『독일 제3제국의 비극』을 읽고


  나치 독일의 대중정치와 문화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책이다. 나치 이념과 정책, 일상사에 관한 복잡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전체적으로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지가 않다. 학술서적과 대중서적의 중간쯤의 성격을 가진 책이라고 보이는데, 다만 그런 점을 염두해도 불편한 점들이 눈에 띈다.

1. 문체가 일관성이 없고 어지럽다. 어떤 문장은 문장 요소들 간의 호응 관계에 집착하여 기계적인 인상을 주는 데 비해, 다른 문장들은 호응관계가 안 맞는다. 서구어를 그대로 직역한 것으로 보이는 문장들은 학술적이기보다는 기계적이었고 내용 전달이 애매했다. 여러 인용문의 경우는 이해가 되지만, 인용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문장들까지 그러하니 혼란스럽다. 마치 여러 사람이 나누어 번역 작업을 한 것들을 모아 대충 편집한 뒤 제대로 퇴고를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2. 굳이 필요가 없는 부연 설명이 너무 많고 또 그 분량이 상당하다. 주로 분리해 짧게 요점만 설명하면 될 내용들을 본문에서 길게 늘어놓고 있는데, 정작 그렇게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 부연 설명이 주제에 대한 이해에 있어 긴요하지도 않다. 예를 들어 독소 관계에 대한 이해에 있어 인터내셔널의 연혁에 관해 구구절절 알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한 그런 부연 설명이 반복되는 중언부언들도 간혹 보인다. 오히려 독일어 단어를 직역한 것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은 부분이 종종 있어 아쉽다.

3. 히틀러와 나치 정권, 당시 역사적 상황의 내력에 대해 본문에서 길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건 차라리 연표로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해하기 훨씬 쉬웠을 것이다. 특히「스탈린그라드 전투」장에서 2차 대전사에 대해 설명한 내용은 분량이 상당한 데다가 자질구레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어 무엇이 중점인지 혼란스러워 오히려 내용 이해에 불편을 주었다.

  물론 전반적으로 봐서는 나름 유용하고 또 부분적으로는 참신한 내용들도 있었다. 특히 유대인 탄압과 나치 독일 여성정책에 관한 내용들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주제와 소재들을 갖고, 또 그렇게 상당한 분량의 책을 내놓으면서 곳곳에서 발견되는 질적 부실함은 대단히 아쉽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단점은, 전반적으로 이 책의 방향이 나치 독일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음은 분명한데, 여러 다양한 사안에 관한 명확하고 철학적인 입장이 결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때때로 어떤 사항에 관해 여러 논점들을 소개하면서 정작 그 논점들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지 않을 뿐더러, 각 장의 내용들을 통합하는 결론 역시 결여되어 있다. 지은이는 1인으로 나와 있는데, 이 책의 모양새는 마치 여러 지은이들의 글들을 엮어 편집한 듯한 인상을 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