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8.

『나는 보수다』를 읽고


『나는 보수다』를 읽고


  표지에 나와있는 그럴듯한 문구들과 달리, 책의 내용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현실에서 점점 경직되고 고립되는 보수세력의 자성과 새로운 정치, 사회적 대안을 구하는 듯한 문구는 기만에 불과하다. 저자가 열거하는 주제와 내용은 자성이 아니고 당연히 새롭거나 감동적이지도 않다. 달리 표현하면 구태의연하여, 굳이 제목을 저렇게 선언적으로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내용 전반적으로 저자의 관점과 태도가 중구난방이라는 인상을 준다. 지식인의 이성과 자리찾기를 부르짖는 사람인가 싶더니, 역사 문제에 국가주의적 관점을 주창하고 친기업과 반공 이념을 내세우는, 결국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충실한 보수의 경직된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가장 황당한 건 도저히 배운 이로서의 태도라고 보기 어려운, 조선의 성리학과 관료사회에 대한 비역사적이고 몰상식한 판단이다. 온갖 잡다한 것들을 인용할만한 실력을 가진 저자인데, 왜 역사에 대한 관점은 그토록 근본주의적으로 치우쳐 졌을까? 조선시대의 청렴결백한 관료상에 대해 경제 관념의 결여와 교조주의적이라는 뉘앙스의 비판은 너무 노골적으로 기만적이라서 당황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기초 생산량이 낮은 사회에서 고급 관료가 재물을 밝힌다면 그게 오히려 문제가 아닌지?

  만일 이런 내용을, 지식인의 태도에 대한 부분을 제외한 내용을 보수적 정치인이나 혹은 경제인이 서술했다면, 그것을 일종의 직업적이고 실용적인 판단으로 수긍할만 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떤 정치, 이념적 정체성을 중시하거나 자유시장경제와 기업중심을 주장하는 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다. 스스로 지식인의 태도와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또 다양한 주제를 복합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이렇게 섣부른 단정, 과장, 몰이해 그리고 자기 모순의 내용을 기술하여 출판할 수 있다는 게 대체 무슨 목적과 용기가 뒷받침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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