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8.

N.EX.T 『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 (1994)


N.EX.T 『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 (1994)




  "시대를 거스른다"는 표현은 문맥에 따라 상반된 의미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말은 시대의 간극을 초월하여 영속적인 가치를 발휘한다는 찬양이 될 수 있는 반면에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여 도태하거나 혹은 무의미한 반동을 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적인 의미로 쓰이곤 한다. 그리고 비교적 근래의 신해철과 관련된 이슈들은 대개 신해철의 이념이나 인격 문제에 관해, 특히 그의 한때(?) 찬란했던 음악적 성과와 대조시켜 그를 "음악이 안 되니까 별 해괴한 행동으로 시선을 모으려는 사람" 정도로 규정하는 대중적 인식으로 이어졌고 이런 분위기에 그의 음악에 대한 인식과는 거리가 먼 세대도 좋아라 뛰어들어 결과적으로 신해철의 대중적 인상은 "시대를 모르고 설쳐대는 이상한 아저씨"로 귀결되었다. 사실 부분적으로는, 아마 한시적일지라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다. 이상하긴 하지.

  그리고 다른 의미에서 신해철은 분명 "시대를 거스르는" 어떤 무언가를 여전히 던져 주고 있다. 그 무언가, 그것은 세월이 흘러 아저씨가 되고 자꾸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이상한 얘기로 좌중을 민망하게 만드는 이 사람에 대해 아직도 진지한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원동력이며 이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도 일상의 일분일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기반 중의 하나이다. 사실 나온다고 해놓고 미루는 게 몇 번째 몇 년째인지 생각하면 황당하지만 하여간 그 기다림조차 의미있게 만들 수 있는 그것은 분명 "시대를 거스르는" 그런 것이다. 그리고 이 음반이야말로 그것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 껍질의 파괴」의 길고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드라마틱한 진행과 장엄함, 자칫 막연하고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에 음악적 수사로써 설득력을 부여한 「The Dreamer」와 「날아라 병아리」, 기성사회에 대한 공격과 동시에 과잉된 자아라는 미묘한 모순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이중인격자」, 「나는 남들과 다르다」, 마지막으로 메세지와 소리, 연상의 완연한 일치를 보여주는듯한 「The Ocean : 불멸에 관하여」까지 이 음반은 모든 곡들이 음악과 메세지 양면으로 독특한 조합과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 가사가 지니고 있는 수사적 독특함과 서사의 탁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 주제와 표현방식이 당시로서는 상당히 과격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현실에 의해 억압된 자아가 내적으로 농축되면서 이리저리 분출구를 찾다가 폭발 직전에 이르는 듯한 의식의 흐름이 과잉의 허망함으로 빠지지 않고 "껍질"로 대표되는 수사적 구조로 짜여진 것은 말그대로 살아있는 의식의 승화이면서 또한 "성숙"의 인상과 어울리며 미묘하게 음반의 주제와 통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사의 관념적이고도 엄숙한 면모는 이후 작품들의 가사가 보다 현실에 밀접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사실과 대조적인데 비교적 근래의 신해철의 작품들이 비판받는 주요한 이유들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 음반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은 이러한 곡들의 배치가 일관적인 주제의식으로 통하여 완결된 인상을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그 메세지의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반복해 들어도 질리지 않는 재미의 탁월함을 일구어낸다는 것이다. 일단 40분 내외의 부담없는 러닝타임이 완주에 적절할 뿐더러 귀를 울리는 자극과 완급의 유연성에 내적인 설득력까지 겸비한 소리가 계속 몰입하고픈 중독성을 불러일으키는데 정말 이 정도로 거듭해서 들어도 부담이 없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가치들이 이 작품과 아저씨 밴드 N.EX.T 그리고 특히 이상한 아저씨 신해철로 하여금 "시대를 거스를 수 있는" 비범한 존재의 의미를 그리고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역시 "시대를 거스를 수 있는" 특별한 기대를 가지게끔 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만 표현하면 N.EX.T와 신해철에 대한 의미 부여에 편향과 과장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모든 면에 걸쳐 전혀 실망이 없다고 하면 그것도 뻔한 거짓말이고 "과연~?"이라는 우려 역시 없지 않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런 작품의 존재가 최후이자 최강의 보루로서, "시대를 거스르는" 가능성의 근거로서 우뚝 자리잡고 있음을 결코 부정할 수 없기에 다시금 기다림의 끈을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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