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2.

『붉은 새벽(Red Dawn)』 (1984)에의 생각



『붉은 새벽(Red Dawn)』 (1984)에의 생각


  이 영화를 본 게 아마도,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명절의 TV 특집 영화로 봤던 것 같다. 그 시절에는 TV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게 일종의 행복이었는데, 그런 시절이었기에 이런 영화가 방송에서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미국의 청소년들이 게릴라가 되어 침략자들에게 저항한다는 이야기인데, 심야에 혼자서 끝까지 봤던 걸 염두하면 그럭저럭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지금에야 이야기의 흐름이라든가 장면들을 떠올리면 엉성하고 황당한 데다가 노골적인 애국주의의 교훈으로 종결하는 것이 유치하다. 물론 너무 진지하게 보는 것보다는, 그냥 오락영화로 보면 괜찮을 것이다.

  얘기를 듣고 보니 이 영화가 근래에 미국에서 리메이크되어 나온다고 한다. 이번 설정에서는 침략자가 북한군이라는데, 이제는 그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이 시대적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다. 하기야 아무리 위험한 상상을 덧붙여도 청소년들이 게릴라식 저항을 해야할 정도로 위협적인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뭐 우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전쟁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눈앞의 일신 문제에 급급하고 두려움을 느낀다. 정치와 전쟁 이야기는 그저 피곤할 뿐이다. 아니, 이건 시대나 사회적인 것보다는 나이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일상적으로 전쟁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것은 그만큼 머릿 속에 상상의 영역이 들어찰 여유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지금에 와서 전쟁영화에 향수를 갖는 것은 전쟁에 대한 진지한 염려보다는, 말그대로 주관적이고 솔직한 향수에 지나지 않는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