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20.

정말로 두려운 것



정말로 두려운 것

  좌와 우, 진보와 보수를 판별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우리의 머리 속, 우리의 손과 발에 뿌리박혀 있고 우리 전체를 규정하고 조정하는 그 무언가. 바로 그것이 두렵다.

  언론들이 성폭행범 문제를 떠들자 이에 호응한 사람들은 저 사악한 놈들의 권리를 죄다 탈취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이 인권 개념의 실종 분위기에 맞추어 권력과 제도가 성폭행에 관련되었다고 여겨지는 온갖 것들에의 감시와 통제를 마련했다. 악을 규정하여 근본적인 개념을 억제하고 그것을 이용해 문화와 일상을 통제하는 것. 이것은 제도, 언론, 국민이 서로 호응하여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괴물의 삶이다.

  우파의 전가의 보도일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좌파를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익숙해져버린 관례이다. 흉악한 악당의 모든 것을 빼앗아라. 엄격하고 관용없는 본보기로 공포를 조성해라. 관련된 모든 것을 발본색원하라. 우리는 거기에 익숙하다. 그러한 점에서, 좌파와 우파 가릴 것 없이, 우리는 이미 파시즘의 영역에 있다. 아니, 원래, 아예 처음부터 파시즘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말하는 인권과 민주주의는 원래 근간이 없는, 얇디 얇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이제는 현재도 미래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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