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9.

군대의 무사안일주의


군대의 무사안일주의

  근래에 군 관련 사고가 자주 터지다보니까 군대의 만성적인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군대의 이런 문제점이 지금에야 지적된다는 것 자체가 심각하다. 그건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면서도 함부로 언급하지 않은, 어떤 신성하지 않은 성역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경험으로 미루어봐도 이 문제는 뚜렷하다. 병사와 간부 모두가 그저 전역과 진급만을 바라보며 그때그때 군생활을 보내고 있다. 간부는 병사들을 모르고 병사는 간부들을 적대시한다. 의도적인 거짓 보고는 이제 관례가 되어서 그걸 문제시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정도이다. 가끔씩 수습되지 못한 사고가 외부로 유출되면, 그 때서야 군기강을 따지며 단호히 해결하겠다면서 일시적으로 성과를 보여준다. 물론 그 때의 공식적인 수습이 끝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다.

  더욱 끔찍한 것은 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했어야 할 사람들이 지금까지 그 문제를 방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를 만든 당사자들은 자신의 경력과 공로를 인정해달라면서 원로를 자처하고, 이들에게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따지는 태도는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이다. 병영생활을 개선하겠다고 하면 정신력이 해이해진다고 하고 지휘체계를 확고히 하고자 하면 간부들의 사기가 저하된단다. 자신이 안이했고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실마리를 절대적으로 부정한다. 과연 누가 안보를 위협하는 건가? 이 군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이제는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실패에 직면해야 그것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명확해지고 절실함과 의지가 나타난다. 자신의 책임이 들추어질만한 문제가 있으면 국가안보가 어쩌고 정신력이 어쩌니 온갖 핑계를 들어 자신의 실패를 감추고자 애쓰는 자들은 이제 현실과 그것의 책임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해결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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