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5.

『어드밴스드 대전략 2001(ADVANCED大戦略 2001)』의 한계

『어드밴스드 대전략 2001(ADVANCED大戦略 2001)』의 한계

  일단 기본적으로 MD판 『어드밴스드 대전략』의 틀에 있지만 여러 가지 새로운 특징들도 보인다. 그림이 크게 나아진 거야 두말할 나위가 없는 거고, 유닛의 방향에 따라 방어력의 차이가 있고 또 거점의 이용방식도 좀더 복잡해졌다.

  또 흥미로운 부분은 보병 유닛이 "소대" 단위로 표시된다는 점이다. 사실 딱히 "소대"로서의 특징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나름 병력의 단위에 대해 어느 정도 고민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여타 병기 유닛들은 부대단위가 표시되지 않는다.

  캠페인을 진행해가면서 대충 방법을 익히는 중인데, 조작이 좀 번거롭다. 그나마 보급과 건설 등을 자동화하는 게 가능한데, 이왕이면 다른 번거로운 것들도 삭제하거나 단순화하는 게 낫지 않을까. 예를 들어 지형의 내구도가 굳이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기갑차량의 이동을 위해 내구도를 높인답시고 건설공병을 배치해야 하는데 이게 번거롭다. 보급의 조건도 좀더 수월하게 했으면 나았을 것 같다.

  또 기상의 고증에는 그렇게 구체적인 관심이 없었나 보다. 폴란드 침공 중의 날씨가 무슨 몬순 기후가 따로 없다. 폭풍우가 하루 종일 있더니만 개천이 운하로 변했다. 기상이 순전히 임의로 결정되는 것 같은데, 이게 게임의 원활한 진행에 치명적이다.

  기상 뿐만 아니라 전술이나 작전적인 상황도 뭔가 이상하다. 프랑스 침공을 수행하는데 그 상황이 아주 가관이다. 삼림지대에서 서로 병력이 밀집하여 치고 받으며 시간을 보낸다. 연합군 항공기가 수시로 몰려오는데 여기에 맞서느라 항공병력이 쉴 틈이 없다. 물론 이런저런 임기응변으로 조금씩 적군을 밀어내기는 하지만, 이게 진지전이지 무슨 전격전인가? 역사상을 구현하기에는 시나리오의 설정이 너무 미흡하다.

  하기야 애초에 이 시리즈는 전쟁이나 작전의 고증보다는 병기의 고증에 집중하고 있다. 병기의 종류는 대단히 많고 각종 화기와 전후좌우의 장갑까지 수치화되어 있으며, 더군다나 3D 모델까지 있다. 모든 병기의 능력을 이 정도로 세세하게 수치화한 게임은 『Steel Panthers』이후로 처음 본다. 하지만 이에 비해 전술적인 측면에서의 구현은 거의 없다시피하여, 전쟁을 충실히 구현했다고 보기에는 뭔가 균형이 안 맞는다.

  또한 병기의 성능 고증이란 것도 좀더 따져보면 이상하다. 예를 들어 지도에서의 축척을 대충 가늠하고 2시간이 1턴이라는 것을 염두하면, 유닛의 이동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셈이다. 물론 실제 게임의 진행은 기동전이 아니라 진지전 수준이니 이동 속도가 게임의 난이도에 큰 관건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고증과는 거리가 멀다.

  부족한 고증과 번잡한 조작성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 의욕은 다른 무엇보다도 병기에 대한 애착에 있는데, 정작 병기들을 꾸준히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유닛의 손실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고 또 그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장에 투입된 유닛과 회수된 유닛, 수납된 유닛까지, 저마다의 공간으로 분류된 유닛들이 어디에 존재하고 어떻게 손실됐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도전은 해보지만 정작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겠다. 하면서 왠지 이거 말고도 할만한 게임은얼마든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자꾸 든다. 이러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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