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7.

반역과 영웅



반역과 영웅

  친일인사인가 구국의 영웅인가. 얼핏 상반되어 보이는 개념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세상은 복잡하고 우리 역시 복잡한 현실에서 과거를 돌이켜 봄에 있어 더욱 복잡한 것을 풀어봐야만 한다.

  그의 입장을 이해해보려면, 그 나름대로의 타당한 이유들을 떠올릴 수 있다. 설마 일제가 그렇게 간단하게 망할 것이라고 예상이나 했겠는가. 한편으로 그 속의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입장에 충실하려고 노력한 것도 있다. 군인으로서의 충실함이 후에 반역혐의가 될 것이라고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만 당시의 자신의 입장이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지니고 있는 윤리적인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한때 이념적인 기준을 이용해 문제의 직면을 회피할 수는 있었어도, 결국은 반민족, 반국가세력에 가담했다는 지적을 뿌리칠 수는 없다.

  이 문제 때문에 실질적인 처벌을 받을 이유는 없다고 해도, 한 명의 인물로서의 평가 문제에는 흠이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친일경력 때문에 구국의 공이 부정되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영웅으로서의 공로가 친일경력을 가려주지는 않는다.

  나름의 해소점을 찾는다면, 혹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 기존의 과거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를 사과하고 용서를 구할 수는 있다. 진심으로 떳떳하게 자신의 과거를 밝히고 반성한다면, 그것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 쉽지 않은 용기의 실천이다(실제로 그것을 실행한 사람은 별로 없다). 그리고 그러한 실천은 영웅으로서의 평가를 더욱 명확하게 해주는 확실한 근거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그가 지금까지 자신의 경험과 우리의 역사를 나름 객관적으로 고찰하고 또 사과를 해왔기에, 그러한 큰 용기의 실천을 바랄 수 있는 것이다. 시기가 너무 늦어서 또는 어떤 다른 사정이 있어서 실천이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서 그나마 나은 해소방법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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