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4.

돌격포(Sturmgeschütz)에 대한 단상



돌격포(Sturmgeschütz)에 대한 단상


  원래 1차 대전 당시 돌격병의 전투를 지원하기 위해 전방에 투입되는 포의 개념에서 유래된 돌격포는 전차의 기술과 운용개념이 급격히 발달하는 상황에서 보병의 전투를 근접지원하기 위해 제작된 전투장비였다. 전차의 포탑을 없애고 차체에 포를 장착한 돌격포는 피탄을 무릅쓰고 적의 진지에 직사를 가할 수 있는, 보병부대의 유용한 무기였다.

  하지만 동부전선에서 보병이 소련군 전차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해지면서 돌격포의 역할에서 대전차전이 중요해졌다. 대전차전에 충분한 장갑과 화력을 갖추고 생산이 용이한 돌격포는 점차 독일군의 중요한 대전차병기가 되었고, 기갑병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온갖 종류의 전투를 수행하는 데 이용되었다. 돌격포는 보병의 지원장비였을 뿐만 아니라 전차대용의 역할까지 맡았다.

  재미있는 것은 2차 대전이 종료되면서 돌격포의 맥은 사실상 끊겼다는 점이다. 2차 대전 장비의 잔존물들을 제외하면 돌격포는 사라졌다. 균형 있게 통합된 성능과 역할의 주력전차가 일반화되는 추세에서 돌격포를 위한 자리는 남지 않았던 것이다.

  계획성없이 확대시키고 또 확대된 전쟁에서, 보유한 자원을 가급적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임기응변으로 궁리해야 했던 독일군의 처지를 잘 보여주는 장비가 돌격포이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이야말로 전쟁 속의 인간의 어떤 본질적인 단면일지도 모른다. 원래 자기 생각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다지만, 전쟁에 비할 바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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