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3.

『맨 프럼 어스(The Man From Earth)』 (2007)



『맨 프럼 어스(The Man From Earth)』 (2007)

  不死를 바라는 것은 아마 일종의 본능 같은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오던 것, 쌓아왔던 것, 주변의 모든 것, 끝으로 스스로 느끼는 자신 자체가 한순간에 공허로 돌려지는 것에 대한 공포는 가장 직접적이고도 근원적이다. 그렇기에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멈춰있는 영원을 꿈꾼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좋은 것일까.

  여기에 영원을 누리는 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의 삶이란 건 무엇일까. 불사의 비밀을 숨기며 정상인으로서의 외형을 지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바꾸어야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진실로 털어놓을 수가 없다. 정상적인 공동체에서 영속할 수 없고 자신의 업적과 명성을 쌓아올릴 수도 없다. 진실을 가슴 속에 깊숙히 감춘 채로 불통의 순환을 영원히 반복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죽음과는 다른 어떠한 다른 형태의 공허와의 계속된 직면일 수도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와닿은 인상은, 역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나 반전보다는, 영원한 삶을 살아야 했던 한 인간의 고독과 공허함 그리고 그것에 대한 동정심이었다. 그러한 삶이 지니고 있게 될 것으로 상상되는 어떤 공허함은 깊이가 다를지언정 어떤 면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어떤 것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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