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3.

워게임 『The Operational Art of War III』



워게임 『The Operational Art of War III』


  게임으로 지상전의 작전과 기동전의 개념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이것은 워게임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거론할 수 밖에 없는 과제이자 야망이다. 기동전의 역동적인 양상과 제병협동, 공지협동, 전투서열과 보급까지, 이 모든 것을 가상으로 구현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턴 방식의 게임은 역동성과 동시성을 갖기가 어렵고, 한편으로 실시간 방식은 조작성의 문제로 인한 현실적인 한계를 갖는다.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보완한 게임으로서 『승리의 V(V for Victory)』는 훌륭한 게임이지만,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난 이 게임은 연출의 박력 부족과 시나리오 개수의 한계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한 게임 중에서 "작전술"이라는 느낌을 가장 잘 살렸고 또 역동적인 재미를 갖는 게임은 『The Operational Art of War III』(이하 『TOAW3』)였다. 전쟁의 여러 가지 요소들을 표현하면서 또한 나름 쾌적한 조작성 그리고 역동적인 재미를 여전히 보여주는 게임으로서, 『TOAW3』는 워게임 중에서 가장 이상형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군사기호와 헥스, 턴방식이라는 형태는 여타 워게임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얼핏 보면 전투력 요소와 지형효과를 중심으로 군대의 이동과 전투를 위해 일일이 클릭해야 하는 게임을 연상시키는데, 전반적으로는 그러한 일반적인 공통점을 지니면서도 이 게임은 나름대로의 독특한,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숙지해야할 규칙을 갖고 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턴에 시간 개념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명령으로 계획된 전투의 양상에 따라 턴에 소비되는 시간의 비율, 즉 시간의 10%가 소비될지 또는 30%가 소비될지가 결정되며, 전투가 종료되면 그 소비된 시간의 비율에 따라 모든 병력의 다음 행동의 여유가 결정된다. 이러한 시간은 "Round" 개념으로서, 100%의 시간은 총 10 Round(즉, 시간의 10%가 1 Round)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한 턴에 A와 B라는 두 유닛(unit)이 있고 두 유닛의 이동점수 최대치가 각각 "20", '10"이라고 가정해보자. A 유닛은 이동점수의 50%, 즉 "10"을 소비해가며 이동하고 그곳에서 전투를 수행하도록 계획하고, 한편 B 유닛은 최대 이동점수의 30%인 "3"만큼 이동하고 전투를 수행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그 전투에서의 최소한의 시간 소비치는 50%(5 Round)이다. 그리고 전투를 실행하는데, A 유닛은 전투에서 최소치 이상인 60%의 시간(6 Round)을 소비했다고 가정한다. 그러면 그 다음에 A 유닛과 B 유닛은 이동점수의 최대치의 60%를 소모하고 남은 40%(4 Round), 즉 각각 "8", "4"의 이동점수가 남는다. 이처럼 턴 내에서도 여러 유닛의 행동에는 일종의 동시성이 있는 것으로, 다시 말해 한 유닛의 전투에 따른 시간 소비가 모든 유닛의 시간적 여유를 결정하는 셈이다.




  이 점을 염두하고 모든 유닛의 이동과 전투를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이 게임에서 승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어떤 유닛은 이동과 전투를 수행하고 다른 유닛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전투의 시간 소비에 따라 모든 유닛의 행동 여유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것을 염두하지 않고 특정 유닛의 전투에만 신경쓰면 전반적으로 행동의 비효율이 초래된다.

  물론 적군인 컴퓨터는 이 시간을 최대한 쪼개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특히 그렇게 쪼개진 각 시간대마다 컴퓨터가 포병과 공군의 화력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걸 보면 끔찍할 정도이다. 예를 들어 2차 대전의 전투들을 무대로 하는 시나리오에서는 미군이나 소련군의 압도적인 포격을 받아야 한다. 상황에 따라 신속한 기동전이 가능하지만, 결국 공격이든 방어든 승리의 관건은 효과적인 화력운용이며, 이것은 Round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가 이 게임을 하면서 긴장하게 되는 원인이다. 전투의 시간 소모치를 계산하면서 모든 유닛의 이동을 고민해야 하고, 한편으로 전투가 가급적 신속하게 승리할 것을 염원해야 한다. 가볍게 보이던 국지적 전투가 모든 병력의 행동 여유를 소모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비효율적인 전투는 가급적 회피해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저런 유닛들의 행동과 시간을 고민하며 명령하고 계획한 결과가 전투 승리와 전선 돌파로 이어질 때 또는 적의 대규모 공격을 간접 전투지원과 예비병력의 대응으로써 성공적으로 저지했을 때의 쾌감은 막대하다.




  다만 이러한 게임도 그 나름대로의 단점이 보인다. 발매 이후 수 차례의 패치를 거치면서 여러 모로 꾸준히 개선되어 왔지만, 시스템상 본질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도 있는 것 같다.

  먼저, 화면과 조작이 나름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부분들이 있다. 글자체가 보기에 불편한데, 글자체를 바꾸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편리하지는 않다. 또한 고정된 미니맵은 굳이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어차피 거대 시나리오의 전체를 한번에 포괄해서 간략화하지 못할 거라면, 또 그런 상황을 염두해서 미니맵을 절충적으로 만든 거라면, 차라리 따로 선택해서 유연하게 크기가 전개되는 식의 미니맵을 제공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공격계획의 작성은 수월하지만 여러 개의 공격계획을 일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예를 들어 공격계획들을 작성한 후에 계획된 시간 이용이 예상치를 초과함을 깨닫고 과연 어떤 계획이 시간 초과를 했는지를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런 작업을 하려면 결국 모든 계획을 찾아서 재확인해야 한다. 또한 편대(Formation)가 아닌, 병과별로 병력 전반의 상태를 확인하고 일괄적으로 명령을 하달할 수 있다면 조작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또한 전투서열의 개념이 불완전하다. 편대 간의 협조 수준으로 일종의 전투서열 개념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메뉴에서 전투서열을 선택하면 등장하는 건 그저 모든 병력의 일람일 뿐, 유닛 간의 상하위 관계를 규정짓는 전투서열이 아니다. 전투서열 체계가 좀더 완전하게 구체화되어 있다면, 병력의 현황 확인과 통제가 보다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나리오 중에 그 완성도나 고증 면에서의 결함이 간혹 보인다. 작전급의 거대 시나리오들은 그 압도적인 규모가 나름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간혹 항공병력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 등의 절충된 면모가 있다. 그리고 게임 시스템의 본질적인 한계상, 시나리오 규모는 전략급인데 전략적 요소와 기능이 결핍될 수 밖에 없는 단점도 있다. 또한 역사상으로 당시 판터 전차를 배속받지 않았던 전차사단이 판터대대를 보유하는 등의 고증적 오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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