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10.

이승환 『HUMAN』(1995)



이승환 『HUMAN』(1995)




  어느 날 갑자기 생각나서 다시 이 음반을 꺼내서 듣게 되었다. 그 때 머리 속을 지나가던 건 강렬한 호소력을 지닌 「다만」의 멜로디였다. 물론 그 외에도「천일동안」, 「악녀탄생」, 「변해가는 그대」, 「지금쯤 너에게」 등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듯한 인상의 곡들이 가득한 음반이다.

  사실 이 음반에 대한 근래의 생각은, 꼭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 음반 이후의 이승환은  - 항상 그랬던 것만은 아니지만 -  이 음반에서 제시된 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무척 오랫동안, 애절한 느낌과 풍부하고도 화려한 소리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발라드를 필두로 가벼운 댄스와 무게감 있는 락 등 온갖 느낌의 음악들을 배열한 종합선물세트식 음반은 일종의 모범답안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곡들이 훌륭했고 음반 역시 멋진 서비스들로 가득 찼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근본적으로 이승환의 음악에 질리게 된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이승환의 음악에 대한 불만과 별개로 아니, 설사 그 불만을 항상 염두한다하더라도 이 음반에 대한 본질적인 느낌은 여전하다. 물론 이 음반과 함께해왔던 청소년시절의 기억도 크게 작용하겠지만, 이 음반의 매력이 단순히 추억의 달콤한 아련함에만 있는 건 아니다. 일상적인 음악 듣기의 취향이 크게 바뀌고 또 이승환의 현재 음악에 대해 무감한 지금도 이 음반이 내뿜는 호소력은 유효하다. 그러고보면, 그 느낌 그대로 정말 명음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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