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4.

영화 『더 마스터(The Master)』 (2012)


영화 『더 마스터(The Master)』 (2012)


  여기에 한 사람이 있다. 어떤 종류의 통제와는 한참 거리가 먼, 마치 혼란 그 자체인 듯한 사람이다. 그 때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불쑥 튀어나오는 무언가에 따르며 살아간다. 당연히 그에게는 공간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거처란 없다. 오직 유일하게, 어떤 방향이라고 할만한 것은 이전의 여자친구에 대한 기억이지만, 막상 그걸 갖고 무언가를 해낼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 끔찍한 것은 그가 주변의 동정을 이끌어낼만한 도덕적 정당성도 없다는 것이다.

  그가 자칭 철학자를 만나서 영감과 거처를 거래했을 때에는, 그래도 어떤 소통과 안식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모든 종교가 다 그렇듯이 엉터리 교리와 방법을 통한 것이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그곳에서 그는 나름대로 절제와 방향을 체득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그것은 돌발적으로 깨지고, 더 나아가 여자친구의 기억마저 무의미해지면서 그는 다시 혼란으로 돌아간다. 적어도 그렇게 보인다.

  이 작품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를, 뭐라고 설명하기가 어렵다. 종교에 대한 풍자 같기도 하지만, 내가 보면서 느낀 핵심은 종교에 대한 것이 아니다. 맥락이 없이, 하지만 어쨌든 흘러가는 삶의 어떤 면모에 대한 것이다. 이 영화의 예는 좀더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삶이란 게 보편적으로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어떤 공통적인 그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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