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14.

영화 『작전명 발키리(Valkyrie)』(2008)의 쿠데타



영화 『작전명 발키리(Valkyrie)』(2008)의 쿠데타


  『작전명 발키리』는 비교적 근래에 보았던 영화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일단  뛰어난 감각으로 교묘하게 긴장감을 이어가는 재미있는 영화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치 체제에 대한 군인들의 저항이라는 독특한 소재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항세력을 동조하고 응원하고 그러다가 결말에서는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좀더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이 멋진 소재는 좀더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 과연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군인이 정치권력에게 저항을 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 문제는 영화 내에서도 나타난다. 독일 군인은 총통에게 충성을 맹세했기에, 총통에 대한 저항은 곧 자신의 양심과 신의를 저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전시의 저항은 단순히 정치권력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을 패전으로 몰아넣고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이다. 이것이 과연 군인으로서 관용될 수 있는 행위인가? 암살 시도 이전에 그리고 실행된 상황에서 주요 가담자들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서 망설였던 것은, 물론 자신의 보신에 대한 걱정도 있었겠지만 한편으로 그 행위 자체의 정당성에 대한 회의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히틀러가 조국을 망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과연 국가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군인으로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일까?
  
  물론 저항세력의 쿠데타의 미비점으로 인한 현실적인 한계도 지적되어야 겠지만, 이것은 좀더 일반적이고 윤리적인 의문이다. 충분히 준비된 쿠데타라고 해서 그러한 윤리적인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군인이 자신의 조국과 민족을 구하겠다는 명분으로 정치권력에게 도전할 수 있는가? 아무리 현재의 권력이 무능하고 비도덕이라고 해도, 그러한 정치적 영역에의 군인의 개입이 허용되는가?

  저항세력에게 동감하던 나 자신의 모습과는 모순되지만, 이 문제에 관한 나의 결론은 부정적이다. 자신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정치적 영역에 개입하는 것은 군인으로서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그러한 행위는 국가와 사회를 뒷받침하는 기본적인 질서는 물론, 군기마저 문란케 하며, 설사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선례는 후대에 더욱 심각한 부작용을 남길 것이다. 단순히 영역 상의 경계 문제가 아니라, 무력을 행사하는 군인으로서 그 권력에 걸맞게 지켜야하는 특별한 윤리인 것이다.

  만약 그 군인들이 나치 정권의 잘못을 깨닫고 있었다면, 자신의 위치와 권한 내에서 그러한 정의감과 용기를 발휘해야 했다. 가급적 정당한 절차를 통하거나 그게 어렵다면 좀더 변칙적인 수단으로 호소하거나 혹은 그릇된 행위의 직접 실천을 스스로 회피하도록 노력해야 했다.군인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윤리적 판단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그 정도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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