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27.

『작전명 발키리(Valkyrie)』(2008)


『작전명 발키리(Valkyrie)』(2008)




  히틀러 암살미수 사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맛볼 수 있었던 영화이다. 보는 이의 심정을 쉴새없이 당겼다 놓는 강렬한 중독의 템포를 갖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헐리우드가 소재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뻔한 스토리로도 멋지고 재미있는 영상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 헐리우드의 역량인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실 이 암살사건은 그렇게 칭찬만 받을만한 일은 아니었다. 쿠데타를 위한 조직과 계획 그리고 실행이 여러 모로 어설펐다는 부분도 문제이고, 한편으로 그 쿠데타의 여러 주역들이 실은 나치 독일의 범죄적 행각에 참여하거나 또는 동의, 묵인했으며, 전쟁으로 인한 파멸의 위기를 직감하면서 그 상황을 타개하게 위해 긴급하게 쿠데타를 감행한 면모가 있다. 쿠데타 조직은 인권과 평화 애호의 보편적 정신이나 혹은 위기를 타개할 명확한 대안으로 결집한 게 아니었고, 어떤 면에서는 쿠데타 실패의 근본 원인이 그러한 동기적 취약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다룬 작품이 감동을 주는 것은, 이들이 나치 독일에 대해 전면적인 저항을 실행한 유일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독일인들 절대다수는 임박한 패전과 히틀러의 실패에 대해 실망했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기로부터 구하기 위한 대안의 모색 및 실천과는 거리가 멀었고,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적인 대중이 그렇듯이, "될대로 돼라"는 막연한 포기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부조리하고도 압도적인 현실에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결심하고 실천한 사람들도 있었다. 국가지도자에 대한 충성의 명분과 개인적인 양심 간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주인공들의 진정한 애국심 덕분이었고, 최악의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한 것은 이들의 순수한 용기의 힘이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