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19.

독재자의 사망



독재자의 사망


  김정일의 사망 소식은 언론의 호들갑에 비하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북한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염려, 무엇보다도 전쟁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명제가 담는 위기감을 피부 속으로 느끼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그 비중을 구체적으로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확실한 건 김일성 사망 당시만큼은 아니다. 그만큼 북한에 대한 문제, 한반도 담론은 우리의 일상과 멀어진 모양이다. 또 사람들은 전쟁 얘기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이제는 힘들어 한다.

  김일성 사망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역시 북한의 TV방송은 지도자의 죽음에 오열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과시했다. 사상적으로 획일화된 대중동원체제의 경직성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역시 기묘한 이질감과 의문을 느껴야 했다. 그저 돌발적인 사건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단 일인의 위치에 과도하게 집중된 언어적, 육체적 긴장을 저 사회와 구성원들은 어떻게 소화해내고 있는 걸까? 그러한 구성원들의 생리, 또 그러한 것들을 사회적으로 체계화한 어떤 관념과 구조는 대체 무엇일까? 내가 그저 비판적인 의문을 품게 될 뿐인 저 형상을 일상으로, 혹은 어떤 동의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도 독재자의 죽음이 나름 새로운 가능성으로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북한의 획일성과 경직성을 설계하고 또 스스로를 체제의 화신으로 신화화한 인물들이 현실에서 사라진 것이, 북한 내부적으로 평화와 개방, 다양성과 관용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날이 와야 하지 않겠는가. 비단 통일만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을 위해서라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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