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4.

기무라 간, 『조선/한국의 내셔널리즘과 소국의식』



기무라 간, 『조선/한국의 내셔널리즘과 소국의식』


  이 사회에서 국가와 민족의 모습은 두 가지 양상이다. 하나는 이른바 선진국으로 발돋움한다는 위대한 경제적 성취를 필두로 한 역동적이고 자랑스러운 국가이고, 다른 하나는 건국의 기반과 경제적 발전은 물론 오늘날까지 많은 분야에서 주변 열강, 즉 미국과 일본에게 도움을 받았고 또 여전히 도움을 구걸하는, 자주성이 없는 자신의 모습이다. 이 두 개의 양상은 얼핏 모순되기는 하지만, 현실에서는 충분히 양립하고 있으며 과거의 역사로부터 반복되어 온 만큼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어떤 본질적인 것이다. 우리는 강력한 민족주의적 구호들을 주창하지만 스스로가 자주성이 없으며 타자의 도움을 받는 걸 당연시하고 거기에 존재하는 모순을 항상 어떤 논리로 합리화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한국이 근대의 충격에 대응하고 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의 여러 가지 양상들을 사례로 제시하면서 그 모순적인 본질의 근간과 경과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개화파의 근대에의 의욕과 현실 앞의 좌절, 사회적 지도자들의 친일파로의 변질, 외세에 의한 광복 이후 외형적인 외세의존 이상의 복잡미묘했던 대미관계 등은, "소국의식"이라는 개념을 핵심으로 볼 때 비로소 일관적으로 설명된다.

  물론 사례들 중에는 굳이 "소국의식"의 개념 외의 좀더 보편적인 차원에서 설명될 수 있는 것들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의 근대화 과정과 민족문제 그리고 이에 대한 우리 자신의 관점이 이러한 특정한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것이 엄밀하게 모든 사실에 부합한다는 것은 아니라하더라도, 적어도 이러한 지적은 충분히 타당한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의 경우에도 충분히 적용할만한 것이다. 민족통일과 군사강국 또는 심지어 고토수복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주변 강국에의 의존 없이는 국가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어느 쪽이 좀더 상황을 객관적이고 발전적으로 보는가의 문제와 별개로, 이러한 주장들의 병존은 스스로 소국인 것에 대한 의식과 그것의 분위기로부터 기인한 게 아닐까 한다. 단지 경직된 부정과 지나친 체념이라는 스펙트럼의 양극의 간격일 뿐일 것이다. 우리가 그러한 저변의 의식을 스스로 깨닫고 극복하고자 노력할 때에 우리와 우리 주변의 상황을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고 미래에의 발전적인 구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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