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16.

『도그빌(Dogville)』(2003)을 보다



『도그빌(Dogville)』(2003)을 보다




  권력은 일상이다. 청와대와 국회 이외에도 권력의 역학 그리고 권력자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남자는 여자에게,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다수는 소수에게, 내부자는 외부자에게, 어떤 형태의 권력은 항상 작용하고 있다. 우리들은 공식적인 권력의 무원칙과 타락을 습관적으로 비난하지만, 일상을 지배하는 비공식적인 권력의 잔혹함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그것을 우리는 일상이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심지어 때로는 그러한 권력역학의 표출을 가리켜 "소박하다"느니 "아름다운 전통" 운운하며 미화하는 위선의 관습을 도덕적이라고 여긴다.

  비공식적인 권력관계에서 자신의 권리와 위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고유한 권력과 영역을 유지하는 것 뿐이다. 도덕적 원칙과 개인의 양심에의 호소는 약자나 강자의 자기기만적인 자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사회적 약자"라 여기는 이들도 그 나름대로의 권력와 영역을 냉혹한 방식으로 운용하며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는 건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일상은 권력을 지니지 못한 이들에게는 더욱 냉혹하고 잔인하며, 이 현실에 대한 도덕적 호소는 명확하고 우월한 권력에 기반을 두고 있을 때 비로소 효과가 나타난다.

   『도그빌(Dogville)』은 특별한 쾌감을 주는 영화이다. 마지막의 반전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지만, 압도적인 권력에 의한 심판의 순간은 특정한 부정함에 대한 혐오감을 충족시키는 데 충분했다. 물론 그러한 쾌감이 과연 정의이고 도덕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기지만, 그 정도의 사악한 감정에 충실한 것 쯤은 관용될 수 있다고 본다. 니콜 키드먼이 너무 예쁜 탓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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