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8.

국방장관과 트위터



국방장관과 트위터


  이 건을 접했을 때의 첫 느낌은 어떤 상식적이지 못한 것에 대한 반감과 황당함이었다. 내가 현역으로 복무하던 시절에도 소위 '소원수리'라 하여 대대장에게 직접 건의나 요구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있었지만, 이건 영내의 '절대적 존재' 대대장이 아닌, 무려 국방장관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정확한 상황은 모르지만, 휴가 허용이라는 문제의 성격을 봐서는 이번은 그렇게 직접적인 반향은 크지 않은 사건으로 끝날 것 같고, 아마 그 주인공인 병사의 군생활은 확실히 힘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한 휴가 관련 불만 이상의 의미로 봐야 한다.

  병사들의 열악한 복무여건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고,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그러한 자기 주변의 열악함과 불만 및 억압에 대해 호소하고 개선을 요구할 통로가 거의 없었다. 흔히 군대는 명령계통을 따라야 한다지만, 철저한 하향식 명령계통에서 최하급자의 의지가 관철될, 아니 그게 표현될 여지조차 별로 없다. 그러한 공식적인 계통은 원래 상급자 위주로 구조화되고 또한 상급자들의 주도로 작동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소재가 휴가에 불과했지만, 국군 내에서 알려지고 해결되어야할 문제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그러한 모순들의 직접적인 담지자인 병사들은 소통의 길이 막혀 있고, 결국은 주변에 대해 침묵하고 점차 동의하면서 그 부조리의 연쇄고리를 이어나가게 된다. 그러한 부조리의 관례가 국군의 전투력 약화에 직결됨은 당연하다.

  어떤 사람들은 병사의 태도에 관하여 그게 마치 군기강의 척도인 양 문제삼을 수도 있겠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꼭 그렇게 부정해서 해결될 일만은 아니다. 병사들의 모든 요구가 현실화될 수는 없겠지만, 지휘관과 군관료들은 병사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알고는 있어야 한다. 병사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알려고 하지 않는 지휘관은 이미 지휘관으로서의 의식이 없기에 참다운 기강을 세운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군기강의 차원에서 병사들의 요구가 없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어불성설인 것이다. 혹 하급자들의 요구에 대해 습관적으로 귀찮아하거나 부정적인 사고를 가진 간부가 있다면, 그런 간부는 병사가 되는 게 기능적으로 적합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트위터 등의 온라인 소통공간은 대단히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물론 그러한 소통공간에는 그 나름대로의 부정적인 측면과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들도 있겠지만, 그러한 반향들을 충분히 상쇄할만큼의 이점 역시 잠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소통공간의 일반화는 부정할 수 없는 대세이며, 어차피 거부할 수 없다면 가급적 관용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하여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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