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8.

○집의 불쾌한 추억



○집의 불쾌한 추억

  ○집은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무료 압축프로그램이다. 아이콘이 이쁘고 압축을 풀기도 편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적·보편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나 역시 한 때 그럭저럭 편리하게 이용했었는데, 어떤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집을 아예 손도 안 대게 되었다.

  뭐 그리 복잡한 상황은 아니었다. 윈도우즈 상에서, 제어판을 통해 ○집을 삭제했을 뿐이다. 그렇게 삭제를 무사히 끝내고 화면을 보니, 파일들이 죄다 백색파일로 보이는 게 아닌가? 바탕화면의 바로가기는 물론이거니와, 뒤져보니 파일의 십중팔구는 프로그램 연결이 끊긴 상태였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실상 윈도우즈를 아예 못 쓰는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시스템 복원을 시도하는 등 별 짓을 다하다가 궁극적으로는 포맷으로 문제를 수습했지만, 그 때의 황당한 기분은 여전히 잊을 수 없다. ○집은 레지스트리를 잔뜩 수정시켜 놓고는, 삭제되는 과정에서 그것을 원상복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건 프로그램의 버그라기보다는 컴퓨터에 대한 테러라고 표현하는 게 어울린다. 그 때부터, ○집은 물론이거니와 이것을 만든 회사 자체를 전혀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별의별 거지 같은 프로그램들을 써봤지만 이런 경험은 그 때가 유일하다.

  이 일을 새삼 떠올리게 된 것은,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그 회사의 공식블로그에서 레지스트리 문제에 대한 해명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글의 내용이 영 설득력이 없었다. 아주 오래 전의 구버전에서 나타난 문제일 것이다, 아무리 설치와 삭제로 시험해봐도 그런 문제는 나타나지 않는다, 사용자가 이런저런 프로그램들을 설치하고 삭제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이다 등등.

  레지스트리가 망가지는 경험을 했던 건 아무리 빨리 잡아도 2005년 이후이다. 군 제대 이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용자가 많은 프로그램을 설치, 삭제해서 레지스트리 상의 문제가 나타났을 거라는 설명은, 한마디로 말하면 사용자를 바보멍청이로 몰아가는 것이다. ○집이 조작한 레지스트리를, ○집이 삭제되어도 온전하도록 다른 프로그램들이 조작한다는 논리 자체가 황당하다.

  프로그램의 치명적인 문제점에 관해 그런 어이없는 해명을 하는 걸 보니, 더더욱 신뢰가 가지 않는다. 결국 사용하지 않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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